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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극심한 두통이 2주간 계속되었을 때였다. 

평소 아주 가끔 편두통이 있었을 뿐인데, 이런 종류의 두통은 처음이었다. 지금도 눈썹 위로 온 머리가 하루종일 멍하고, 띵한 불쾌감을 24시간 주기적으로 좌측, 우측, 뒤통수, 눈까지 욱신거리고 때로는 찌릿하다.

가장 최악은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러닝을 시작하면서 정말 행복한 취미를 가지고 되었는데, 땀흘리고 나서의 상쾌함을 다시 누릴 수 없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조금이라도 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두통이 바로 올라온다. 정상적인 생활이 되지 않기에 몇 주 동안 입맛도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슬픔, 분노, 우울로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우연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때 왜! 굳이 잔여백신을 맞았을까?'라는 후회는 의미없는 질문이다. 백신을 맞았던 이유야 많다. 외부활동이 많은 구성원으로서 아이들 보호에 대한 책임감, 확률상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성급한 결정), 별다른 이상 반응 없었던 주변 사람들을 보고나서 없어진 편견 등등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하필 지금 이 고통이 나에게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이다. 이번에 두통으로 장기간 고통을 겪으며 뚜렷하게 떠오른 개념은 삶의 유한성이다.

인간은 고통이 수반되어야 삶에 대해 다른 각도로 고민하도록 설계되어있다.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나는 죽을 것이고, 에너지가 남아있을 조금이라도 젊은 시절에, 내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최대한 하다가 죽고 싶다"였다.

물론 치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정상적인 두뇌활동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현격히 제한된 자원이 주어진 것을 깊이 인지하고 의미있게 살다가 죽고싶다.

죽음까지 언급하다니... 글을 쓰다보니 좀 멀리 나간 것 같다. 그러나 내 심장은 주어진 시간에 더 의미있게 살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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